2008년 03월 16일
일간 나의 괴담
뭐 별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무튼 간만의 이야기니까.
지난 주 금요일에 있었던 일.
서울에 올라갈 일이 생겨서리, 아침 첫 고속버스를 타기위해 새벽 네시 반에 집을 나섰다. 지하철 첫 시간이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일단 역에 가봤다가 안되면 택시를 타겠다 라는 생각이였다. 살고 있는 동네가 전형적인 주택가인지라, 새벽에는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이 사방이 조용했다.
지하철 역으로 바로 통하는 길고 긴 내리막길을 천천히 걸어내려오는데, 저 멀리서 두 사람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한 사람은 빠르게, 또 다른 한사람은 훨 느리게 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처럼 새벽 출근이거나 밤새 술퍼마시고 집에 들어가는 학생인게지 별 생각없이 마주보며 걸어내려갔다.
빠르게 내 쪽으로 다가오는 사람의 모습이 점차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얇은 점퍼를 입은 이십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스쳐지나가며 우연히 얼굴을 봤는데, 뭐랄까 참 신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랫입술을 지그시 물고 얼굴전체를 일그러뜨린. 이빨이라도 아픈가 생각하며 계속 걸어갔다.
조금 더 내려가자 훨 느리게 내쪽으로 다가오던 사람의 모습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여자였다. 검은 생머리가 허리 조금 위까지 내려와있었다. 전형적인 OL복장이였다. 굽이 조금 있는 구두를 신고 있었다. 이런 차림의 여자가, 등을 내게서 돌린채 제자리에서 계속 걷고 있었다. 인기척 드문 새벽, 또각또각 소리만 좁은 골목길에 울려퍼졌다.
스쳐지나가면서 혹시나 얼굴이 마주칠까 눈을 꼭 감고 지나갔다. 뒤돌아 볼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지만, 이상하게 용기가 나지 않더라.
# by | 2008/03/16 13:20 | 괴담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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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이 바쁜 거 같네요 카샤형.
뭔가 굉장한 기를 퍼트리고 다니시는 걸지도 ;
아, 읽다가 '대구?!'하고 얼마나 소스라치게 놀랐던지.(대구시민)
...이 도시를 꼭 떠야겠단 생각이 드는군요, 카샤님의 괴담을 보면...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