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나의 괴담

'괴담'이라 할 수 있을지는 좀 어중간 하지만.

첫번째 이야기.

중학교 일 학년 때 일이다.

토요일 아침, 평소 보다 조금 더 일찍 집을 나섰다. 겨울로 접어드는 계절이라 아침 바람이 꽤 쌀쌀했다. 점퍼 주머니에 손을 푸욱 찔러넣고 교복의 목깃을 세우고는 종종 걸음으로 학교로 향했다.

복X오거리를 지나 학교 쪽으로 난 길을 쭈욱 따라 걸어 올라가고 있는데, 보도에 대자로 뻗어 자고 있는 한 남자가 눈에 띄었다. 밤새 술을 퍼 마시고 길에서 그냥 잠들어 버린 듯 했다. 흔들어 깨워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술냄새에 입냄새에 이런저런 악취들이 나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다른 누군가가 깨워 주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그냥 걸음을 제촉했다. 등 뒤에서 드르렁 드르렁 코 고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수업이 끝나고 룰루랄라 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길 옆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경찰차도 두 대나 서 있고 경찰들은 바쁘게 여기저기 뛰어 다니고 있었다. 무슨 일 있나 싶어 고개를 쭈욱 내밀어 살펴 봤다.

길위에 대자로 뻗어 있는 사람 형태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피가 잔뜩 묻은 보도 블럭이 한장 놓여져 있었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지나가다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언제나 깨워주고 있다. 택시비가 모자라면 내가 들쳐업는 한이 있다해도.

두번째 이야기.

부산 쪽으로 여행을 가다 기차가 갑자기 서길래 밖을 쳐다봤다가, 레일 옆에 사람 내장이 흩어져 있는걸 봐버렸다.

순대를 다시 먹기 시작한건, 꽤나 시간이 지난 후였었지.(먼눈-)

ps. 써놓고 보니 괴담이 아니라 사건사고 모음집(...)

by 카샤 | 2004/10/07 12:04 | 괴담 | 트랙백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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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uri at 2004/10/07 12:24
우오... 리얼구로...
Commented by 77746 at 2004/10/07 12:24
하드코어 괴담이군요.......
Commented by gaya at 2004/10/07 12:26
참 남다른 경험담. 캬샤님 블로그에 오면 재미있습니다.
허긴 저도 사시미 들고선 누굴 뒤쫓는건지 쫓기는 건지 허겁지겁 질주하는 녀석은 봤습니다만 정작 사람이 다친 흔적은 본 적이 없어요.
Commented by 미르 at 2004/10/07 12:50
첫번째는정말 위험합니다(...)
어디든 길구석에 기대어서 자고있다면 또모르지만(...)
...후.. 지나가던 녀석이 심심풀이로 내리찍은 보도블럭일지도 모르겠군요.
Commented by 카라더스 at 2004/10/07 13:35
아직껏 사람이 처참하게 죽는 장면을 본 적이 없어서 개인적으로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ZAKURER™ at 2004/10/07 14:18
음...어째 카샤님은 다른사람들이 평생가도 한두번 볼까말까 한 것을 다 경험해보는 듯 합니다...;;
Commented by everclear at 2004/10/07 14:24
운이 좋아서 그런걸 본 적이 없습니다.
볼 기회는 몇번 있었는데, 남들 구경갈 때 혼자서 안가서...

(투신자살이 동네에 몇번 있었음. 그런거 무서워요 ;-; )
Commented by 스니키 at 2004/10/07 15:27
보지는 못했지만 어떤 건물앞을 지나간지 10여분안에 그 건물에서 투신자살한 사람이 있었지요. 여고생이었는데..다음날 신문보고 어찌나 놀랬던지요.
Commented by keachel at 2004/10/07 15:44
꺄아아아아...... 내장이라.. 그러고보니 사람말고 고양이 내장이 도로에 있는 걸 본적은 있어요.;;
Commented by [REIJI] at 2004/10/07 16:02
[`Natsue`님 블로그에서 넘어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는 길 가다가 도로에서 개가 차에 치이는걸 봤는데..그냥 터지더군요...
(초면부터 이런 리플을....[...])
Commented by blueblue-friday at 2004/10/07 16:29
대단한 경험을 하셨네요. (다른 표현이 생각안나서, 이해해주세요) 저는 아직 그 비슷한것도 본적이 없어서..상상이 안갑니다.
Commented by 伐折羅 at 2004/10/07 17:35
...전 예전에 제가 살던 아파트, 제가 사는 동 바로 뒤에서 살인사건 발생...;
Commented by 여름국화 at 2004/10/07 17:52
저도 사람쓰러져있으면 자주 근처경찰서에 연락하는데. 경찰이 안와서... 자주 난감해요-_-;;
Commented by 좀비君 at 2004/10/07 18:06
투신자살 시체 본 적은 있는데...음, 여러모로 많이 착잡하셨을 듯 합니다. 윗분처럼 파출소에 맡기는 것도 좋겠군요.
Commented by 캡틴터틀 at 2004/10/07 21:03
첫번째 이야기는 트라우마가 된 것이군요.
Commented by 소영이아빠 at 2004/10/07 22:59
확실히; 괴담이라 할 수는 없겠군요. 사건사고 목격 및 체험담...
Commented by 디펜 at 2004/10/07 23:14
눈앞에서 졸음운전하던 차가 맞은편에서 오던 버스에 부딪혀 차 본넷이 그대로 날아가는 걸 목격한 적이 있죠... 사건 사고는 항상 앗, 하는 순간에 일어나더이다.
Commented by 카샤 at 2004/10/08 09:34
Ruri/ ...순간 리얼'구라' 라고 읽어 버렸습니다 orz

77746/ 하드코어는 AV쪽 용어 아닙니까아;;

gaya/ 즐거우시다니 기쁩니다. 러브크래트프 관련 정보 언제나 즐겁게 읽고 있답니다 >ㅁ<

미르/ 결국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_-

카라더스/ 응, 그게 좋은 일이지요(끄덕끄덕-)

ZAKURER™/ 역시 많이 싸돌아 다는 탓일까요?(먼눈-)

everclear/ 이래저래 뒷맛이 안 좋으니, 기회가 있더라도 피하시는게 최상책입니다.

스니키/ 앗, 제 친구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막 건물 밑을 지나가는데 등뒤로 사람이 떨어져 내리더라는군요.

keachel/ 우욱, 다시 속이 느글느글-_-

[REIJI]/ 어서오세요 :) 편하게 편하게 놀다 가시길.

blueblue-friday/ 평생 안보는게 제일 좋은 겁니다 :)

伐折羅/ 음음, 비슷한 경험담이 꽤 많군요.

여름국화/ (부비부비부비-)

좀비君/ 음음, 다음부터는 그래봐야겠습니다.

캡틴터틀/ 그렇게 된 듯 합니다.

소영이아빠/ 슬슬 괴담 꺼리가 다 떨어져 가는 티가 팍팍 나는군요 ;ㅁ;

디펜/ 말 그대로 순간이지요. 몸 조심해야지 [덜덜덜-]
Commented by RAW at 2004/10/08 16:47
OTL 역시 차와 기차는 악의 축.(...)
Commented by 카샤 at 2004/10/11 09:06
RAW/ 꽤 무서웠다구요 ;ㅁ;
Commented by 용가만해나 at 2008/10/24 16:34
우리동네가 나와서 더 무서워요 ㅜㅜㅜㅜ
저도 복현오거리쪽 사는데 ㅜㅜ
북대구초나오고 그주변 성화여중을 졸업한.. ^^;;;
괴담읽을때 아는곳이 나와서 너무 무서워요 ㅜㅜ
수도산... 도그렇고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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